13세 되던 해 그의 생애에 하늘의 커다란 계시라고나 해야 할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가 카탈로니아의 수도 바르셀로나(스페인)의 한 악기점 으슥한 구석에서 먼지를 흠뻑 뒤집어쓴 채 200년 동안이나 잠자고 있던 '무반주 첼로 조곡'의 악보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의 포부는 이 작품을 조금도 생략하지 않고 연주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프렐류드와 5개의 무곡 전부를, 되풀이되는 부분까지 다 합쳐 각 부의 긴밀한 연결이며 내적인 통일을 나타낼 수 있도록 연주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 후 12년 동안의 집념어린 연구와 피나는 각고 끝에 비로소 첫 공개연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96세로 죽는 날까지 평생 매일같이 일과처럼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습했습니다. 95세가 되던 어느 날 기자가 그에게 질문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입니다. 그런 선생님께서 아직도 하루에 여섯 시간씩 연습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받은 카잘스는 연습하던 활을 내려놓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제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얼마나 신중했나 하는 것은 이 악보를 발견한 후, 연주 불가능한 부분을 수정 보완해 가며 40년간에 걸쳐 체험과 연구를 거듭하고 나서야 비로소 레코드 녹음을 했습니다. 그는 '무반주 첼로 조곡' 의 발굴 소개와 그 해석의 전형 또는 전통을 이룩하는 위대한 업적을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이룩했습니다.  

스페인 내전이 결국 프랑코의 승리로 끝나자 1947년 그는 프랑코가 스페인을 지배하는 한 절대로 첼로를 연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시 영국의 상무장관이던 스테포드 크리프스 경이 어째서 영국이 프랑코 정권을 승인했는지를 설명하겠다며 그를 초대하자 카잘스는 "그는 정치를 말할 속셈이지만 나는 도덕을 논하고 있는 거야"라며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첼로의 성자라는 수식이 붙어 다니는 것은 그의 삶이 음악에 한하지 않고 삶의 문제를 더 중시하고 있었던 탓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람을 염두에 두지 않는 음악은 무의미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종사하는 모든 분야들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하기 위한 것이며 그럴 때만 가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도적이 오는 것은 도적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