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주연은 아니었지만  약방의 감초 같은 맛깔스런 연기를 선보였던 개성파 연기자 홍성민(66) 씨는 최불암, 김무생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브라운관의 친숙한 얼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던 그가 언젠 부터인지 안방극장에서 그의 얼굴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것은 지난 5년 간 당뇨와 당뇨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4차례의 수술과 수차례에 걸친 입원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내 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시력을 상실한 후 그는 자신이 찍힌 사진을 모조리 없애고 자살까지 생각하며 절망에 빠졌습니다.

눈에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은 6년 전. 99년 말 KBS 2TV 드라마에 출연했을 때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망막증으로 대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드라마가 끝날 즈음에는 녹음을 통해 귀로 대사를 외웠을 정도였습니다. 이후 그는 브라운관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췄고 지난해 여름에는 완전히 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현재 낮과 밤만을 겨우 구별하는 수준입니다.

그러한 그가 이제는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고 제 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4개월간의 기초재활훈련을 마쳤습니다. 점자수업과 컴퓨터 수업, 그리고 보행훈련을 끝낸 것입니다. 이제 그는 흰 지팡이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그는 당당히 말합니다. 처음엔 몸을 가누기 조차 힘들었지만 이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조금씩 되찾고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은 것입니다.

시력을 잃은 후, 잃은 것도 많았지만 반대로 얻은 것도 많았다고 그는 말합니다. 우선 무뚝뚝한 남편과 아버지였던 그가 가족들과의 시간이 많아지면서 다정한 남편과 아버지가 되었고 또한 시각장애인 동료들을 통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웃을 수 있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건네는 위로의 말에 자신을 지켜보는 수많은 눈들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오히려 되묻기도 합니다. 

독특한 음성과 개성 있는 캐릭터로 40여 년 동안 브라운관을 누벼온 그가 6월 2일 서울 노원시립시각장애인복지관 동료 40여명과 함께 방송사를 찾은 그는ꡒ말할 수 없이 기쁘다. 눈이 아니라 귀로 모든 걸 볼 수 있다ꡓ며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동안 수입이 없어 생활고까지 겹쳐 좌절의 나락을 헤매던 그에게 용기를 준 사람은 다름 아닌 가족이었습니다. 딸은 아버지를 위해 선글라스를 선물해줬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연기에 대한 열의를 북돋워줬습니다. ꡒ몸은 불편하지만 정신이 건강한 동료들과 생활하면서 연기자 출신 장애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겁니다. 단역이라도 좋습니다. 시각장애인 역을 맡아 당당하게 카메라 앞에 서고 싶습니다.ꡓ그의 말입니다.(신문, 주간조선, KBS 등 참조)

홍성민 씨의 제2 인생의 출발을 축하드립니다. 우리의 삶에는 굴곡이 있기 마련입니다. 굴곡을 절만으로 받아드린다면 그것으로 모든 것은 끝입니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고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들고 일어설 때 그것은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홍성민 씨의 위대한 점은 그가 시력상실이란 절망에 주저앉지 않고 일어섰다는 점입니다. 그이 삶이 새롭게 시작되는 순간이라 할 것입니다. 그의 제2인생에 하나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우리는 뒤로 물러가 침륜에 빠질 자가 아니요 오직 영혼을 구원함에 이르는 믿음을 가진 자니라[히 1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