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오후 청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25회 전국장애인체전 800m 트랙 결승전에서 서울대표인 정운노(34, 시각장애 1급) 선수가 눈에 까만 안대를 하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였습니다. 그 순간 "금메달이다"라는 함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정 선수의 왼손에는 50cm의 끈이 꼭 쥐어져 있었습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그의 눈이 돼 함께 달리는 비장애인 도우미 양성욱(31?회사원)씨와 연결한 끈이었습니다. 정 선수는 금메달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양씨 쪽으로 얼굴을 돌렸습니다. 양씨는 말없이 정 선수의 손을 꼭 쥐어 주었습니다. 우승한 정 선수는 "앞이 전혀 안 보이기 때문에 도우미에 대한 100% 신뢰 없이는 뛸 수가 없죠."라고 말합니다. 도우미 양성욱 씨는 "정선수의 기록이 쑥쑥 향상되는 걸 보면 저도 신이 나요." 말합니다.

정 선수는 어렸을 적의 백내장수술 실패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그러나 운동을 좋아하던 정씨는 유도를 배워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장애인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도를 그만두면서 몸무게가 55㎏에서 70㎏에 가깝게 불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마라톤입니다.

그러나 유도와 달리 마라톤은 함께 뛸 도우미가 꼭 필요합니다. 동료선수의 소개로 양씨를 만났습니다. 양씨는 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을 통해 이미 도우미 봉사를 해왔습니다. 양씨는 "제 어머니도 지체장애인이기 때문에 저도 뭔가 돕고 싶었어요." 하고 말합니다. 안마시술을 하는 정 선수는 집에서 틈틈이 러닝머신으로 연습하고 매주 한 번은 양씨와 만나 남산 순환도로를 1 시간씩 같이 뛰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처음 같이 출전해 전국장애인체전에서 800m트랙 동메달을 딴 데 이어, 올해는 800m트랙 금메달과 함께 1500m트랙 은메달, 400m트랙 동메달까지 목에 걸게 되었고 지난해엔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여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도우미 양씨도 "달리기를 좋아하고 남을 배려할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도우미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13일 체전 마지막 경기인 10㎞단축마라톤에도 출전하여 다시 한번 '믿음의 끈'을 잡고 청주 시내를 달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일보 2005/05/13 참조]

장애인과 비장애인 두 사람을 연결한 끈은 바로 믿음의 끈이라 할 것입니다. 그 끈은 서로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고 그 끈을 통해 서로를 위해 주는 따뜻한 마음과 존경과 감사가 전해지는 통로가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오늘 우리들의 흩어지고 갈라진 마음들이 하나로 묶는 끈이 절실히 필요한 때란 생각이 듭니다.

즐거워하는 자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로 함께 울라[롬 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