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목발 짚고 걷는 연습을 하다가 사람들에게 부딪혀 넘어지곤 하는 아내를 보면서 결심했지요.” ‘푸르메 재단’설립을 주도한 백경학(41·옥토버훼스트 대표)씨가 말했습니다.

백경학씨는 그의 아내 황혜경(39)씨와 함께 영국으로 여행을 갔다가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두통약을 먹고 정신을 잃은 한 운전자가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달려와 백씨의 자동차 뒤를 들이받는 바람에 그의 아내는 크게 다쳤습니다.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황씨는 결국 다리를 절단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영국 병원 시설은 사실 무척 낡았어요. 하지만 저를 껴안으며 ‘당신 아내는 꼭 살아날 거다’라고 위로를 아끼지 않던 의료진을 잊을 수가 없어요.”라고 백경학 씨는 말합니다.

문제는 귀국한 뒤였습니다. 99년 귀국해 서울 한 대학병원 재활전문센터에서 치료를 계속했지만 말이 통하는 한국의 병원에서 지내는 게 말이 통하지 않는 영국 병원에서 지내는 것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간병인제도 등 여러 간호시스템이 미비한 탓에 방문객들이 수시로 들락날락거리며 북새통을 이뤘고, 환자 가족들이 병원에다 살림을 차리고 매달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백씨는 ‘환자의 아픔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전문병원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일간지 기자로 일하던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맥주사업을 벌여 거기서 모은 돈과 사고 보상금으로 받은 3억원을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위해 내놓았습니다.

이 재단에는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김성구 샘터사 사장 등여러 분이 동참했습니다. 푸르메 재단은 일반시민 및 기업 회원을 대상으로 100억원 기금조성 운동을 벌여 우선 서울 근교에 2007년말 까지 150병상 규모의 전문 병원을 세울 계획이며 또 이 병원은 철저히 자원봉사자 위주로 운영할 예정이라 합니다.

백씨는 “우리 부부가 겪은 아픔과 좌절을 다른 장애인 가족들에게서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다”고 그의 바램을 말했습니다. (조산일보 2004.08.16 참조) 

불행을 당한 일이 절망과 한탄으로 끝나지 않고 그 쓰라림과 절망이 바탕이 되어 많은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밝음을 주는 운동으로 번지어 감을 바라보면서 인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라[욥 2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