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에나는 베를린 감옥에 여덟 달 동안 수감되어 있으면서 재판을 받았다. 그 재판이 끝난 후에 비밀경찰은 나를 죄수 호송차에 태워서 베를린 북부에 있는 강제 수용소에 집어넣어 버렸다. 그들은 내 지갑과 손목시계, 결혼반지, 그리고 베를린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에는 가지고 있어도 좋다고 허용되었던 포켓 성경까지 빼앗았다.
그곳에서의 첫날을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아주 작은 평안도 없었다. 나는 이러한 비참한 고통을 당하게 내버려두신 하나님께 불만을 터뜨리면서 비난을 퍼부었다. 격렬한 고통으로 얼룩졌던 그 한 주간의 일들에 대해서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성경이 읽고 싶어졌다. 그러나 내게는 성경이 없었으며, 또한 내가 아무리 성경 구절을 떠올리려고 해도 한 구절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교도소 책임자가 내 방에 들어왔을 때, 나는 내 성경을 돌려 달라고 그에게 부탁했다. 그 사람은 한동안 망설이더니 마침내 연락병을 보내 성경을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는 강제 노동에 들어가지 않고 열두 시간 동안 성경을 읽어도 좋다고 허락해 주었다.
나는 그때 커다란 진리를 깨달았다. 곧 성경은 하늘과 땅, 그리고 심지어 강제 수용소에 있는 모든 권력까지도 주관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명백히 증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강제 수용소였지만 그곳에는 성경이 있었고, 하나님께서는 내게 무한한 위로와 평안을 주셨다.
- 「땅과 시간을 넘은 하나님의 주권」/ R. S. 월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