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문신. 자는 덕로(德老). 본관은 풍산(豊山). 아버지는 판돈녕부사 홍낙춘(洪樂春)이다.

1771년(영조 47) 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 부정자(承文院副正字)·설서(說書)를 지냈다. 영조 말년 벽파(僻派)의 횡포에 세손(世孫；뒷날 정조)을 보호한 공로로 영조와 세손의 신임을 얻었다. 1776년 홍인한(洪麟漢)·홍상간(洪相簡) 등이 세손을 모해하려는 사건을 적발, 이들을 사형시켰다.

그해 정조가 즉위하자 동부승지가 되고, 숙위소(宿衛所)를 창설하여 숙위대장을 겸직하며 도승지에 올라 국왕의 신변보호를 전담하였다. 그 뒤 1780년(정조 4) 관직에서 쫓겨날 때까지 도승지 겸 이조참의·대제학·이조참판·대사헌 등을 지냈다.

정조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이른바 ＜세도정치＞를 낳게 하였으며, 1778년(정조 2) 누이동생을 정조의 후궁으로 들여 원빈(元嬪)으로 삼았으나, 후사 없이 죽자 정조의 동생 은언군(恩彦君)의 아들 담(湛)을 원빈의 양자로 들여 완풍군(完豊君)에 봉하고, 왕실의 후계자로 삼으려 하다가 실패하였다.

효의왕후(孝懿王后)가 원빈을 독살하였다고 여겼으며, 1780년 왕후 독살음모에 연루되어, 집권 4년만에 가산을 몰수당하고 고향으로 쫓겨나 이듬해 병으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