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의 젊은 나이에 일약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성잡지 《엘르Elle》의 편집장이 되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1952~1997)가 1995년 12월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할 수도, 혼자 힘으로 먹을 수도,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되었고 심지어는 숨쉬기조차 어려웠습니다. 그의 몸 가운데 신경이 살아 있는 곳은 왼쪽 눈꺼풀뿐이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식물인간으로 변한 보비의 모습에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동료들은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보비와 친분이 있던 출판사의 사장 오드와르 씨가 병문안 차 보비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하는 보비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보비가 왼쪽 눈을 깜박거리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순간 그의 머리 속에 옛날에 읽었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생각났습니다. 그 소설에서는 눈을 깜빡여 의사소통하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돌아와 친구들과 상의한 후에 보비에게 책을 써 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보비는 자신의 슬픈 마음과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찬성했습니다. 작업은 바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보비와 함께 프랑스어의 각 알파벳을 눈 깜박거리는 횟수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E나 S처럼 자주 사용하는 문자는 되도록 눈을 적게 깜박거리고 마침표는 아예 눈을 감기로 했습니다.

하루에 원고지 반 쪽, 한 문장을 만드는 데 꼬박 하룻밤을 새는 기나긴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보비는 대필자인 클로드 망디빌에게 20만 번 이상이나 눈을 깜빡거려야 했습니다. 그가 오로지 움직일 수 있는 왼쪽 눈이 빨갛게 충혈 되어 갔지만 마음만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잊어버리고 훨훨 자유롭게 여행을 다녔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로, 예전의 일터로, 한 번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으로…. 그리하여 드디어 1년 3개월이 지나자 총 130쪽으로 된 「잠수복과 나비」라는 보비의 책이 완성되었습니다.

책이 발간되자 불과 열흘 만에 17만 부가 팔리는 프랑스 출판사상 유래 없는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보비는 자신의 온 힘을 쏟아 부어 완성된 책을 보며 감격스러워했습니다. 책이 출간되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97년 3월 9일 심장마비로 44세의 짧은 생애를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모든 프랑스인들은 젊은 지식인 보비의 아름답고 치열했던 마지막 삶을 생각하며 그의 죽음을 깊이 애도했습니다.

장 도미니크 보비와 같은 형편에서는 절망하지 않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 아니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고 삶에 대한 의지를 굳게 잡고 잃어 섰습니다. 그것이 그의 믿음 입니다. [잠수복과 나비]라는 책이 우리에게 감격을 준 것은 책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불굴의 집념으로써 물러서지 않고 치열한 마지막 삶을 살았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삶에의 용기는 생명 사랑 그 자체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뒤로 물러가 침륜에 빠질 자가 아니요 오직 영혼을 구원함에 이르는 믿음을 가진 자니라[히 1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