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삼각형, 사각형, 축구 골대 모양의 도형…. 이런 그림들이 그려진 낙서 한 장이 지난 27일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 회의장에서 발견됐습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였습니다. 이 종이에는 도형 그림 이외에도?부채 탕감?,?말라리아?, ?G-8? 등의 단어가 어지럽게 쓰여 있었습니다. 세계사회포럼(WSF) 개최지인 브라질의 ?포르토 알레그레(Alegre)?를 ?포르토 알레그로(Allegro)?라고 틀리게 쓴 글씨도 있었습니다.
이 낙서를 보고 영국 언론들은 ?블레어 총리가 토론 중에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고발하는 한편, 필상학자(筆相學者)와 심리학자를 동원해 이 낙서에 드러난 총리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낙서 내용을 단독 입수한 데일리 미러는 28일 심리학자 일레인 퀴글리로 허여금 낙서를 하나하나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게 하고 이를 게재했습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삼각형을 겹쳐 그린 것은 총리가 집중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마음은 딴 데 가 있었다는 증거이며, ?D?를 ?P?처럼 늘여 쓴 데서 반대파의 비판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적 성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식이었습니다. 이에 질세라 특별연구팀을 고용해 심층보도를 실은 인디펜던트는 필상학자 헬렌 테일러의 말을 인용하여, ?동그라미의 끝이 완벽히 맞물리지 않은 것을 보면 그는 신앙심이 얕고 타고난 지도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내용들을 종합하면 블레어 총리는 ?과대망상증?에 ?자기 통제력이 부족?하고, ?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낙서는 블레어 총리가 쓴 것이 아니라 그 옆자리에 앉아 있던 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 회장이 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블레어 총리 대변인은 30일 ?어떻게 신문들이 총리가 쓴 게 맞는지 확인할 생각도 않고 그런 기사를 실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라며 ??집중을 못 한다?, ?지도자감이 아니다? 등의 온갖 분석결과를 게이츠 회장에게는 어떻게 적용시킬지 즐겁게 지켜보겠다?고 비꼬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성공한 기업인이자 세계적인 컴퓨터 천재?를 언론이 난타한 셈이 되었습니다. 할말을 잃은 영국 언론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고, MS사측은 게이츠 회장의 필적이 맞다고 확인했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2005.02.01 조선일보)
이 가사를 읽으며 우리는 어리뚱절해 집니다. 언론은 그 낙서가 누구의 것인지 확인하는 일이 가장 먼저해야 했을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의 사항은 심리학자들이나 필상학자들의 분석이란 것이 원래 믿을 것이 못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인격은 깊은 곳에 숨겨져 있어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존재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선입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빌 게이츠의 낙서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그들의 심리적 혹은 필상학적 분석은 아마도 ‘성공적인 기업인이며 컴퓨터의 천재’가 확실하며 ‘집중력’이 뛰어나고 ‘훌륭한 지도자’에 틀림없다는 분석결과를 내어 놓았을 것입니다. 인간의 판단 능력은 믿을 것이 못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하나님을 알되 하나님으로 영화롭게도 아니하며 감사치도 아니하고 오히려 그 생각이 허망하여지며 미련한 마음이 어두워졌나니[롬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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