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가르치는 성화의 교리는 우리가 거룩하게 되는 것이 양심이나 도덕적 동기의 힘으로나 극기의 행위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하나님과 화목한 상태가 되며 성령께 참예한 자가 됨으로써 거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칭의가 되실 뿐 아니라 성화가 되시는 것이다. 그는 율법의 형벌에서 우리를 자유케 하실 뿐 아니라, 우리를 거룩한 자로 만드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복음에 의하면, 칭의 없는 성화, 혹은 칭의 이전의 성화란 있을 수가 없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들은 정죄에서 해방될 뿐 아니라 죄의 권세에서 구원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연합의 문제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는 허망한 일이다.

p. 242 하나님께서 우주 가운데 임재하시고, 활동하시는 방식은 우리에게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신비인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그의 영으로 그의 백성의 마음속에 거주하시는 방식을 파악할 수 있다는 기대 그 자체가 허망한 것이다. 성경은 그런 성도와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효과가 분명하고 충격적 실례를 통해서 분명히 제시되어 있다.

(요 17:21-23) [21]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저희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 [22] 내게 주신 영광을 내가 저희에게 주었사오니 이는 우리가 하나가 된 것 같이 저희도 하나가 되게 하려 함이니이다 [23] 곧 내가 저희 안에,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셔 저희로 온전함을 이루어 하나가 되게 하려 함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과 또 나를 사랑하심 같이 저희도 사랑하신 것을 세상으로 알게 하려 함이로소이다

성경은 이런 가르침으로 가득차 있다. 메시아의 강림과 관련한 구약의 위대한 약속은, 메시아가 강림하실 때에 성령께서 사람들에게 풍성하게 전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속하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 약속하신 성령을 받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갈 3:13-14).

p. 243 이 연합으로 나타나는 효과는, 이미 말씀한 바와 같이, 그리스도의 공로에 대하여, 또는 성령의 내주하심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리스도의 공로는 우리의 의롭다하심을 위한 것이요, 성령의 내주하심은 우리의 성화를 위한 것이다. 이 연합의 본질은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스도와 신자들 사이의 연합을 몸의 머리와 지체들 사이의 연합에 비유하는 것이다.

몸이 한 영혼에 의해서 생명을 갖게 되고, 그 영혼을 통해서 온 지체들이 하나가 되며 공동의 생명을 전달받듯이, 그리스도 안에 거하시는 성령께서도 그리스도 말미암아 그의 모든 백성들에게 전달되며 그리하여 그 백성들이 아주 특별한 의미에서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며, 그 백성들끼리도 하나가 되는 것이다. 성령께서 그리스도 안에 자리하고 있고, 거기에 근원을 두고 있는 그 생명을 그의 백성 모두에게 부여하시는 것이다. p. 244 그리스도께서 포도나무 비유(요한복음 15장)를 사용하신 것도 동일한 의미이다.

p. 245 성령의 내주하심의 교리는 복음의 본질 속에 배어 있어서 절대적인 복음의 필수적 요소가 되어 있다. 그리스도께서 값 주고 사셔서 선물로 주신 하나님의 영이 그의 백성들과 항상 함께 계셔서 그들의 내적 활동과 외적 행동을 인도하셔서 마지막에 점도 없고 흠도 없이 하늘의 순결함과 복락에 들어가도록 이끄신다는 이 위대한 진리를 복음에서 빼버린다면, 그것은 복음이 아닌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