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위 검정색 운동복에 모자를 뒤로 눌러쓴 소녀가 2004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경기장의 트랙을 달렸습니다. 평범한 운동화가 스파이크를 대신했습니다. 카림(14세)의 100m 기록은 18초85, 꼴등이었습니다. 그러나 140cm에 40kg도 안 되는 조그만 체구의 소녀가 의족을 하고 펼친 불굴의 질주는 감동 그것이었습니다. 세계 통신사들은 ‘카림이 참가했다는 그 자체가 바로 장애인의 승리’라고 전했습니다.  

그녀는 어릴 때 양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어 양쪽 무릎 아래를 모두 잘라야 했습니다. 10남 9녀라는 대가족의 일원인 카림은 탈레반 정권과 반군의 내전 속에서 떨며 살다 총탄을 피해 수도 카불로 이사했지만 카불 역시 내전의 상처로 갈기갈기 찟어져 있었습니다. 카림은 탈레반 치하에서 학교에도 가지 못했지만 이슬람 독재정권이 무너져 여성에게도 학교의 문이 열리자 4학년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2004년 새로 생긴 장애인올림픽위원회에서 패럴림픽에 출전할 선수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5월 선발전에 나서 117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육상 대표가 됐습니다.  

두 달간의 훈련 과정은 열악했습니다. 트랙이 깔린 곳은 가지 스타디움뿐이었는데, 한 휠체어 선수는 축구경기가 열리던 그라운드에서 날아온 공이 바퀴에 끼는 바람에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노르웨이 정부가 후원에 나서 모든 경비를 대 줬고, 2주간 전지훈련까지 오도록 배려했습니다. 카림은 오슬로에서 아프가니스탄 텔레비전, 라디오와 인터뷰를 하며 국가적인 관심을 모았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 장애인 스포츠의 상징이 된 카림은 “내가 조국을 대표하다니…. 꿈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 희망이 찾아올 줄 알았어요.” “커서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다. 좋은 육상 선수도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조국을 위해 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고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이 장애인들에게 좋은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계 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