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가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남몰래 봉사를 하다 가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요.

일견 의아하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죠?

네, 그래서 그만큼 감동도 더 큰 것 같죠?

오늘 소식도 한 스위스인 할머니 소식인데요.

치매와 중풍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돌봐온지 벌써 수십년이라고 합니다.

고민정 아나운서, 소개해 주시죠.

<리포트>

훈훈한 사연의 주인공은 마가렛 닝겟토씨인데요.인진주 라는 예쁜 한국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인주 할머니는 20여년의 한국생활동안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데요.

화면으로 만나보겠습니다.

치매와 중풍 노인들이 몸을 의탁하고 있는 한 요양원.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이면 거르지 않고 이곳을 찾는 이가 있습니다.

마가렛 닝겟토. 인진주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스위스 할머니, 이곳의 유일 한 외국인 자원봉사자인데요.

요양원을 찾는 다른 자원봉사자들도 많지만 노인들은 할머니의 방문을 유난히 반깁니다.

고향에 있는 어머니를 대하듯 살갑게 노인들을 보살피는 인진주 할머니.

아프고 외로운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이라는 것이 할머니 생각인데요.

인진주 할머니가 오는 날이면 요양원안에는 훈훈한 온기가 감돕니다.

몸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곳 노인들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는 인진주 할머니.

노인들의 굳어있는 근육이 조금이라도 부드러워지도록 운동을 시켜줍니다.

정이 그리운 노인들. 겉모습은 파란 눈의 이방인이지만, 한국사람보다 깊은 정을 나눠주는 인진주 할머니에게 노인들은 마음 문을 활짝 여는데요.

<인터뷰> 요양원 입소자 : "많이 기다려져요. 오시나 하고 오늘도 오실려나하고 기다려져요."

<인터뷰> 인진주(60살 / 스위스) : "저도 나이 많이 먹으면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요. 할머니들 보면 우리 엄마 생각도 나고..."

스위스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인진주 할머니.

전직 간호사답게 꼼꼼히 노인들의 상태를 살핍니다.

노인환자들은 더욱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기에 직원들에게 밉지 않은 잔소리도 한 마디 하는데요.

<인터뷰> "이렇게 내려가면 인대도 많이 굳어요. 너무 많이 불편해요."

할머니가 떠나야 하는 시간. 말하는 것조차 불편한 노인들이지만 섭섭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인터뷰> 한문화(초정노인전문요양원 생활실장) : "할머니들이 매우 좋아하세요. 어르신들이 인진주씨 오시기를 많이 기다리시는 것 같고요. 그 분이 오시면 웃음꽃이 활짝 핍니다."

충북 청원군 작은 마을에서 혼자 사는 인진주 할머니.

한국에 자리를 잡고 살게된 지 이미 20년이 넘었는데요.

요양원에 가지 않는 날이면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요즘에는 연말을 맞아 주변 사람들에게 보낼 카드를 직접 만드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는데요.

<인터뷰> 인진주(60살 / 스위스) : "카드는 받는 사람이 너무 행복하니까 만들어요. 다른 선물 보낼수 없으니까 선물도 되고..."

관절염으로 간호사일을 그만둔 뒤로 인진주 할머니는 모국 스위스에서 보내 오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는데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매달 몽골에 있는 아이들에게 후원금을 송금하고 있습니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평범한 삶을 살았던 인진주 할머니가 한국땅을 처음 밟은 것은 1975년.

이제 한국은 제 2의 고향이나 다름없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김치 잘 먹었어요. (할머니 김치해주셨어요?) 조금 드렸죠. 뭐...우리 개 사랑해 주시니까 미안해서..."

내수읍에서는 이미 유명인사가 된 인진주 할머니.

오늘 할머니는 특별한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내수읍내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지역 내 170명 가량의 외국인중 스위스인은 인진주 할머니 혼자입니다.

오늘 밤 주민들은 할머니에게 작은 감사의 표시를 하기로 했는데요.

그간 꾸준한 봉사와 후원활동에 대한 감사패를 전달했습니다.

조용히 봉사활동을 해온 인진주 할머니, 오늘 밤만큼은 단연 주인공인데요.

<인터뷰> 이병진(내수 라이온스클럽 회장) : "우리 한국인으로 봤을때는 참 대단한 일을 하시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인진주 씨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강영자(충북 청원군 내수읍) : "자기 나라도 아닌데 오셔 가지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못하는 좋은 일을 하시니까 너무 고맙죠."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다른 이들을 돌보며 살고 싶다는 인진주 할머니.

헌신하는 삶이 담고 있는 아름다움을 파란 눈의 외국인 할머니에게서 볼 수 있었습니다.

<앵커 멘트>

얼마전 소록도에서도, 40년 동안 봉사하던 오스트리아 수녀님들이 조용히 고국으로 돌아가셨다잖아요.

갈 때도 소리 없이 가셨는데, 이런 분들이야말로 정말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봉사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분들 같습니다.